“AI로 쓴 글에 표시해야 하나요” — 법이 말한 주어는 당신이 아닐 수 있습니다

노트북 앞에서 예약 발행을 앞두고 손을 멈춘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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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2일 아침, 저는 발행 버튼에서 손을 뗐습니다. 식탁에서 커피를 마시며 폰을 넘기다 기사 제목 하나를 봤거든요. “AI 결과물 표시 의무 시행.” 거기까지였습니다. 본문은 안 읽었어요. 그날 오후에 나갈 예약 발행 세 편을 전부 취소했습니다.

노트북 앞에서 예약 발행을 앞두고 손을 멈춘 여성
기사 제목 하나에 예약 발행 세 편을 내렸습니다.

시행일 아침, 발행 버튼에서 손을 뗐다

기사 제목이 말해주지 않은 한 단어

제목은 “표시 의무 시행”이라고만 했습니다. 누가 표시해야 하는지는 적혀 있지 않았고, 저는 그 빈칸을 제 마음대로 채웠습니다. “AI를 쓴 사람이 표시해야 하는구나.”

2시간 30분과 예약 발행 3편

그래서 한 일이 이겁니다. 예약 세 편을 내리고, 과거 글을 전부 열어 “이 글은 AI로 작성되었습니다” 배너를 하나씩 붙였습니다. 두 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문제는 시간만이 아니었어요. 제가 직접 취재하고 확인한 문단까지 전부 AI가 만들어낸 것처럼 보이게 됐습니다. 신뢰를 지키려고 한 일이 신뢰를 깎고 있었습니다.

책상에서 예약 발행 목록을 확인하는 뒷모습
예약 세 편을 내리는 데 걸린 시간, 두 시간 반.

내가 한 첫 대응은 틀렸다 — 원문을 한 줄도 안 읽었다

배너를 붙이는 내내 제가 확인한 건 다른 블로그 글들이었습니다. “다들 붙이네.” 그게 근거였어요. 정작 법 원문은 한 줄도 열어보지 않았습니다.

AI는 아무것도 틀리지 않았습니다. 틀린 건 제 판단 순서였어요.

법이 말한 주어: 인공지능사업자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은 2026년 1월 22일 시행됐습니다. 법과 시행령이 같은 날 함께 시행됐고,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AI 기본법을 갖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 법에서 표시·고지 의무의 주어는 인공지능사업자입니다.

개발해서 제공하는 사람 / 그 AI로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

제2조 제7호는 인공지능사업자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인공지능산업과 관련된 사업을 하는 법인, 단체, 개인 및 국가기관 중에서

  • 인공지능개발사업자 — 인공지능을 개발하여 제공하는 자
  • 인공지능이용사업자 — 개발사업자가 제공한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인공지능제품 또는 인공지능서비스를 제공하는 자

두 번째 항목을 천천히 읽어보세요. “AI를 이용하여”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AI를 이용하여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까지가 한 덩어리예요.

기준선은 AI를 썼는가가 아니라 AI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가입니다.

개인도 포함됩니다. 규모가 작아서 빠지는 게 아니에요. 무엇을 제공하는지가 가릅니다.

확인 순서

표시 의무 해당 여부를 확인하는 순서 — 판정이 아니라 확인할 지점입니다
순서질문다음 행동
1AI를 단순히 사용했는가, AI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가?단순 사용만으로 자동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2인공지능사업자 정의(제2조 제7호)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가?아니면 표시 의무를 섣불리 전제하지 않는다
3제공하는 AI제품·서비스가 생성형AI·고영향AI를 활용하는가?해당 가능성이 있으면 고지·표시 기준을 검토한다
4내 운영 형태가 어느 쪽인지 애매한가?지원데스크에 익명 컨설팅을 요청한다

30초 체크리스트

  1. AI를 도구로만 썼는지 확인한다1단계글을 쓰거나 이미지를 만드는 데 AI를 도구로 썼을 뿐이라면, 그 사실 하나만으로 사업자가 되지는 않습니다.
  2. 내 서비스에 AI 기능이 붙어 있는지 확인한다2단계지금은 아니어도 상담 챗봇, AI 요약, AI 추천 같은 기능을 붙이는 순간 기준선을 넘어갑니다. 미래 트리거로 적어두세요.
  3. 제공 형태가 제품·서비스인지 확인한다3단계남의 AI를 이용해 별도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가 갈림길입니다.
  4. 생성형·고영향 AI 활용 여부를 확인한다4단계해당 가능성이 보이면 고지·표시 기준을 따로 검토합니다.
  5. 애매하면 스스로 판정하지 않는다5단계지원데스크에 문의합니다. 이 글도 판정은 하지 않습니다.

되돌리는 데 3분 걸렸습니다. 붙이는 데 두 시간 반이었는데요.

그리고 목록을 만들다 한 곳이 걸렸습니다. 방문자 문의를 받는 상담 챗봇이요. 블로그 글 전체가 아니라 그 페이지 한 곳이 확인할 지점이었습니다. 제가 스스로 판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지원데스크에 익명으로 물었어요.

카페 창가에서 휴대폰으로 법령을 확인하는 여성
확인할 지점은 블로그 전체가 아니라 챗봇 페이지 한 곳이었습니다.

유예와 계도, 그리고 오해하면 안 되는 것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업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 최소 1년 이상 규제를 유예합니다. 그 기간 사실조사·과태료 계도기간을 운영하고, 사실조사는 인명사고·인권훼손 등 중대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실시할 예정이라고 정책브리핑은 밝히고 있습니다.

다만 이걸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로 읽으면 곤란합니다. 유예는 준비할 시간이지 면제가 아니에요. 오늘 당장 배너부터 붙일 이유가 없다는 뜻이지, 내 서비스에 AI 기능이 있는지 확인조차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오후 4시, 세 편을 그대로 다시 올렸다

내렸던 세 편을 그대로 재발행했습니다. 배너 없이요.

아침에 앉았던 그 식탁에 다시 앉아 같은 기사 제목을 봤습니다. 제목은 “표시하라”였지, “네가 표시하라”는 아니었어요.

읽어야 했던 건 기사 제목이 아니라 문장의 주어였습니다.

같은 식탁에 다시 앉아 차분히 휴대폰을 보는 여성
같은 식탁, 같은 기사. 달라진 건 읽은 문장의 범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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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 창구

이 글은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례의 해당 여부는 운영 형태에 따라 달라지므로 지원데스크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